여기, 문화기획자이자 생산자로 자라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그들입니다. '2014 희망날개' 프로젝트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나답게’ ‘우리 함께’ 자라나고 있는 그들의 활동과 성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
2014 희망의 날갯짓이 시작되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다문화 여성들을 위한 희망날개 프로젝트 워크숍 장. 내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대던 내게 한 필리핀 여성이 물었다. “저, 저희요? …어디에서 온 것 같아요?” 나는 몽골에서, 같이 간 동료는 중국에서 온 것 같단다. ‘정말?’ 밀려오는 당혹감을 재빨리 털어내고 답했다 “한국에서 왔어요~.” 우리는 큰 소리로 함께 웃었다.
공연도 하고 자신감도 키우고 싶어요
지난 6월 17일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에서 ‘2014 문화다양성을 위한 다문화여성 커뮤니티 지원 프로젝트-희망날개’의 네트워크 워크숍이 열렸다.
희망날개 프로젝트는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다 같이 향유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출발한 다문화여성 커뮤니티 지원사업이다. 여러 커뮤니티 중에서 특히 문화활동 커뮤니티를 지원한다.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과 한국여성재단이 함께 후원하며, 2011년에 시작돼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선정된 다문화여성 커뮤니티는 18곳이다. ‘펄오브오리엔트’ 등 10곳은 지난번에 이어 연속지원을 받게 되었고, ‘다울림’ 등 8곳은 처음 지원을 받는다. 수도권, 대전, 여수, 무주, 양산, 하동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들이 함께한다.
활동분야는 밴드연주, 춤, 요리, 합창, 난타, 이주여성 지원, 텃밭 가꾸기, 영상제작까지 다양하다. 난민여성들이 의기투합한 ‘맘쉐프’, 전문예술인들로 구성된 ‘팽려영의 아시아음악여행’, 다문화여성활동가 커뮤니티인 ‘좌충우돌 길찾기’ 등 올해는 한층 다양한 커뮤니티가 참여했다.
‘생각나무 BB센터’ 안순화(중국)씨는 합창과 난타를 준비 중이다.
“합창은 2010년부터 계속했지만 난타는 올해 처음이에요. 무대에 올릴 수 있으면 좋지만, 안되면 스트레스라도 풀려고요.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만나서 힘든 과정을 서로 풀고 이해하고 정보도 교류하고. 기회가 되면 공연도 하고 자신감도 키우고 싶어요.”
뱜바(몽골)씨가 활동 중인 ‘주한몽골여성회 까마를’은 꾸준히 해오던 전통춤과 함께 올해는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 연주에 도전한다. 열심히 연습해 둘을 동시에 무대에 올릴 예정이란다.
‘미디어 자조모임’ 아나벨레(필리핀)씨는 모임에서 올해 제작하는 영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참여자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고 있는 녹록치 않은 일상을 영상에 진솔하게 담아낼 계획이다.
배울 수 있는 기회 되길 바라요
희망날개 프로젝트는 활동비용 지원과 함께 참가자들이 문화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문화기획자 양성교육,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기존문화집단과의 콜라보레이션, 다문화여성들이 만드는 문화예술축제인 윙크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 희망날개 지원사업 중 참가자들의 관심이 큰 사업은 뭘까? 18개 지원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참가자들은 문화기획자 과정(28%), 기존 문화단체와의 콜라보레이션(39%), 윙크페스티벌(28%) 등 세 가지 지원사업에 고른 관심과 기대를 보였다.
‘반마이베트남공연팀’의 유티미하(베트남)씨는 아침에 2시간 동안 춤을 연습하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
“연습 많이 해서 기분 좋아요. (워크숍을 통해) 서로 단체 간 교류되고, 문화기획자(과정에서)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면 우리 단체에도, 다른 커뮤니티에도 도움 많이 되요.”
같이 만나, 같이 얘기 좋아요
참가자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가장 얻고 싶은 것은 관계(네트워크) 확장(56%)이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 더 많은 이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확장하는 것. 다문화여성들에게 ‘관계’는 지금 발 딛고 있는 이곳에 자신을 그대로 뿌리내리게 하는 한줌의 햇살, 시원한 물줄기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레인보우퍼포먼스’의 베이스기타 담당인 쩐티디엠흐엉(베트남)씨는 워크숍을 위해 새벽 5시 여수 집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같이 만나, 같이 얘기 좋아요. 기타(밴드연주팀)도 많아서 좋아요.” 그녀의 말과 표정에 다른 커뮤니티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데 대한 즐거움과 기대가 묻어났다.
일정이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올해 희망날개사업을 계기로 한껏 날개를 펼 수 있을까? 그 힘찬 날갯짓에 응원을 보낸다.
집으로 가는 길, 워크숍에서 본 이주여성을 만났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활짝 웃었다. 우린 자연스럽게 동행했고 그녀는 아파트 내부를 통과하는 지름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어! 아침에 내가 온 길이랑 다르네?’ 전철역에 훨씬 빨리 도착했다. ‘함께 걷길 잘했어!’ 문득 어느 책에선가 보았던 인디언 속담이 생각났다.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라.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 위 그래프는 2014 희망날개 프로젝트 참여 커뮤니티 18곳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이선혜 고향이 경상도다. 20년 전 서울로 이주, ‘은행’을 ‘언행’이라 발음하는 데 신경 쓰다 ‘서예’ 마저 ‘스예’가 되어버렸다. 줌마네 인터뷰작가 과정으로 글쓰기를 시작, 삶을 투영하는 글쓰기를 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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